2012년 9월 27일 목요일

불균형


모처럼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친구들이 날 보고 하는 반응에 공통점이 있다.
"어디 아픈 사람같아."
혹은, "허리 다쳤어?"라고 물으면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 나이에 구부정한 내 모습을 보면 그렇게밖에 묻지 못할 것이다. 어떤 다른 걸 상상하겠는가?

파킨슨병을 물리적인 면에서 정의하자면 뇌의 도파민 부족이다. 도파민은 모든 근육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뇌에서 아무리 움직이라고 명령하여도 도파민이 전달해 주지 않으면 꼼짝 못한다. 손발를 비롯해서 성대, 배뇨기관 등 근육이 싸고 있지 않은 기관이 있는가?

키도 큰 사람이 사람 많은 예식장/음식점에서 신발 신느라 씨름을 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설거지를 하면 상반신이 수도꼭지쪽으로 점점 기울어져 설거지통으로 기어들어갈 지경이다. 좁은 통로를 지나려면 종종걸음을 치지 않으면 곧 넘어질듯이 휘청인다. 약효가 엷어지면 브라우스 단추 끼우는 일이 큰 숙제가 된다. 한동안 남의 눈을 의식하여 꼭 가야할 곳이 아니면 사양하게 되었다.

몸이야 어떻게든 운동으로 최대한 잡아 본다해도, 진짜 가장 무서운 일은 신체적인 불균형이 아니다. 도파민의 또 다른 기능이 있는데 마치 마약과도 같이 세포를 자극하여 소위 기분을 업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도파민이 부족한 파킨슨환자에겐 항우울제가 마치 한세트처럼 처방되곤 한다. 정서적인 불균형 -- 내가 가장 싫어하고 내 의지로 피하고 싶은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