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증상으로 환자가 내원하였을 때, 치료에 앞서 우선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파킨슨병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운동완만(bradykinesia), 경직(rigidity), 안정떨림(resting tremor) 중 두 가지 이상을 만족하여야 하며,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을 시사하는 다른 증상들이 없어야 한다. 증상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는 것도 파킨슨병의 특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상 초기에 진단하기가 쉽지는 않으므로, MRI 등의 보조적인 검사와 약물 반응성 등을 참조하면서 경과관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의 목적은 정상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며, 연령, 증상, 생활상태 등의 여러 요인에 따라 환자마다 약물의 선택이나 용량, 용법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치료에 앞서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례 1] 은행 영업직의 53세 남성이 1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된 왼쪽 손의 떨림과 왼팔의 뻣뻣함으로 내원하였다.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으나 직장일에 다소 불편함이 있다고 하였다. 다른 질환 없이 건강하게 지내왔으며 복용하고 있는 약물도 없었다. 신경학적 검사상, 왼쪽 손에서 간헐적인 안정떨림(resting tremor)이 관찰되었고, 왼쪽 상하지에 경미한 운동완만(bradykinesia)과 경직(rigidity)이 있었다. 이 외의 다른 신경학적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치료> Selegiline 5 mg을 1일 2회 투여하기 시작하였으며, 환자의 증상들은 매우 호전되었다.
약 9개월이 지난 후 서서히 증상이 악화되어 pramipexole을 0.125 mg 1일 3회 투여하기 시작하였다. 1.5 mg 1일 3회까지 서서히 증량하였고,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증례 1은 서서히 진행된 안정떨림, 운동완만, 경직의 파킨슨 증상이 있고, 비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초기 파킨슨병으로 추정된다. 또한 비정상적인 안구운동, 기립성 저혈압, 운동실조(ataxia)가 관찰되지 않고, 증상 초기에 자세불안정(postural instability)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인지기능장애가 없다는 점에서도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의 가능성은 적다. 파킨슨 증상이 있어도 환자가 이로 인한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는다면 굳이 약물치료를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증례 1의 경우는 직장생활에 경미한 불편함이 있었으므로 MAO 억제제로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다. 이후 증상 조절이 더 필요해졌을 때, 환자의 나이를 고려하여 레보도파제보다는 도파민 작용제를 선택하였다.
증례 2] 6년 전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67세 남성이 내원하였다. 환자는 3년 전부터 benserazide/levodopa 25/100 mg 1일 3회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였다. 이후 약물에 대한 반응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레보도파제를 증량하거나 도파민 작용제를 추가해왔다. 내원 당시 환자는 표준형 benserazide/levodopa 50/200 mg, ropinirole 1 mg을 1일 3회 식사와 함께 복용하고 있었다. 약 6개월 전쯤부터는 레보도파제를 복용하고 30분 정도 지나야 약물효과가 느껴지고, 약효가 4시간 정도만 지속된다고 하였다. 약효가 없는 시간에는 운동완만과 경직 증상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정도였다. 약효가 있는 시간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머리와 목이 불수의적으로 움직였지만 환자 본인은 느끼지 못하고 부인이 지적하는 정도였다. 때때로 아침 기상 시 왼쪽 발가락이 꼬이고 쥐가 나듯이 아프다고 하였다.
치료> 표준형 레보도파제를 서방형 제제인 cabidopa/levodipa CR 50/200 mg 1일 3회로 바꾸었다. 다소 약효지속시간이 길어지긴 하였으나 충분치 않아 1일 4회로 횟수를 증가하였다. 이후 약효 없는 시간은 거의 없거나 경미하게 지나가는 정도로 호전되었으며, 머리와 목의 불수의적 운동은 이전과 같은 정도였다.
증례 2는 중기 파킨슨병 환자로, 레보도파에 대한 효과가 없는 시간이 나타나는 약효소진(wearing-off) 현상과 레보도파-유발 이상운동증(levodopa-induced dyskinesia)을 호소하고 있다.
이 경우 몇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1) 기존에 복용하던 표준형 레보도파제의 복용 횟수를 1일 4회 이상으로 늘리거나, (2) 도파민 작용제의 용량을 증가시키거나 (3) 표준형 레보도파제를 서방형 레보도파제로 바꾸거나 (4) 레보도파제의 지속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entacapone 또는 selegiline을 추가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 약물 용량을 증가시켰을 때 레보도파-유발 이상운동증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깊게 경과관찰 하면서 조절하며, 가능한 레보도파-유발 이상운동증이 덜 나타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상운동증이 심할 때 amantadine을 추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증례 3] 18년의 파킨슨병 병력을 가진 74세의 여성이 내원하였다. 환자는 서방형 carbidopa/levodopa 50/200 mg 1일 5회, pramipexole 1.5 mg 1일 3회, trihexyphenidyl 2 mg 1일 3회, amantadine 100 mg 1일 2회 복용하고 있었다. 떨림과 운동완만 증상은 약물로 완화되는 정도로 약효는 약 3시간 내외로 지속되었으며, 보행장애가 있어 자주 넘어지곤 하였다. 약효가 있는 시간에는 목과 양 팔의 이상운동증이 나타났다. 최근 들어 환자가 죽은 남편이 옆에 와있다고 말하거나 도둑이 들었다며 경찰을 부르는 일이 수차례 있었다고 하였다. 신경학적 검사상 양측에 심한 운동완서, 경직 및 자세불안정이 있었고, 보행 시에 보속보행(festination)과 동결현상(freezing)이 관찰되었다.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점수는 20/30점이었다.
치료> Trihexyphenidyl, pramipexole, amatadine을 순차적으로 중단하였다. 이후 환시는 사라졌으나 파킨슨 증상이 다소 악화되었다. 이에 서방형 carbidopa/levodopa를 표준형 carbidopa/levodopa로 바꾸어 25/100 mg 1.5정을 1일 6회 복용토록 하였다.증례 3은 진행된 파킨슨병 상태로, 심한 운동변동(motor fluctuation)이 있고 고용량의 레보도파제를 사용함에도 운동장애가 있는 경우이다.
최근 환시를 호소하고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났으므로, 이런 증상을 유발 내지는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들의 복용 여부 및 내과적 질환의 동반 가능성을 우선 확인하여야 한다. 이런 문제가 없다면 파킨슨 약물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 항콜린 약물, 도파민 작용제, MAO 억제제, amatadine 등은 모두 노인에서 정신이상 증세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순차적으로 중단하도록 하며, 레보도파제만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이렇게 약물 조절을 한 후에도 환시, 혼동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clozapine이나 quetiapine을 추가할 수 있다. 진행성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에서 치매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인지기능 평가를 통하여 치매가 있는 경우는 cholinesterase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제주대 송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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