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파킨슨병치매(Parkinson"s disease dementia)의 증례

증례여성 69세 환자로 약 10년 전에 우측 상지의 안정떨림 증상이 시작되어 전형적인 특발성 파킨슨병(idiopathic Parkinson"s disease)으로 진단받은 후 약물 복용하면서 지내던 중, 약 1년 전부터 최근 기억력저하를 주증상으로 내원하였다.

 환자 보호자에 의하면 최근 기억력이 매우 떨어져서 방금 들었던 이야기 내용을 잊어버렸고, 물건 둔 곳을 찾지 못하여 헤매는 증상과 방향감각저하를 뚜렷이 호소하였다. 파킨슨병은 중등도(H-Y stage 3)의 진행 양상을 보이고 있었고, 운동증상 및 인지장애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에 현저한 장애를 보이고 있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에서 양측 상하지의 중등도 경축(rigidity)과 서동증(bradykinesia)이 관찰되었고, 보행 시 보폭이 좁았으며 바닥을 끄는 경향을 보였다.

 환자는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콜린계 항진약물을 복용하지 않았고, 진정제나 항정신병 약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K-MMSE는 18/30점이었고, 자세한 신경심리검사(SNSB)에서 언어적 및 시각적 기억력을 포함하여 시공간 지각력 및 전두엽/집행기능에서 현저한 인지저하 소견이 관찰되었다<그림 1>. 그러나 변동성의 인지장애 및 환시 등의 임상양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MRI 영상에서 전반적인 뇌위축 소견이 관찰되었고, 뇌SPECT 영상에서 전두엽과 측두엽에서 심한 관류저하 소견이 나타났다<그림 2·3>. 상기 환자는 파킨슨병치매로 진단하고 기존에 복용 중인 레보도파제와 함께 콜린분해효소억제제를 추가 투여한 뒤 기억력과 판단력에서 약간의 호전을 보였고, 전반적인 인지기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역학 및 위험인자
 파킨슨병에서 동반되는 치매의 빈도는 보고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중등도 또는 중증의 치매가 약 20~40% 정도에서 동반된다고 한다. 그러나 치매를 어떻게 정의했느냐에 따른 차이, 인지기능의 평가방법 차이, 그리고 연구대상 집단의 차이 등에 따라서 유병률과 발생률 등의 역학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파킨슨병치매의 유병률은 약 2%에서 최대 81%까지 매우 다양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는데, Cummings 등은 27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파킨슨병치매의 유병률을 약 40% 정도로 보고하고 있다.

 치매의 발생률이 일반 정상인에 비해 파킨슨병 환자에서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환자에서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3년 혹은 5년 동안 4배~6배 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최근 전향적인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에서 정상 대조군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10년 동안 38%, 14년 동안 53%로 각각 나타났다.

 파킨슨병 환자에서 치매를 잘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로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발병 당시의 나이와 비전형적인 파킨슨병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주요한 위험인자는 연구 당시의 나이, 질병의 유병기간, 무동-경축 증후군(akinetic-rigid syndrome), 우울증 동반 유무, 흡연 등을 들 수 있다.

임상적 특징
 전형적인 파킨슨병치매 환자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특징은 집행기능장애(dysexecutive syndrome)로 대표된다. 치매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에서도 자세한 인지기능검사를 시행하면 같은 양상의 집행기능장애가 발견되지만, 파킨슨병치매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광범위하고 심하다. 집행기능장애 외에도 주의집중능력과 기억력, 시공간능력과 언어기능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인지영역에서 기능장애가 관찰되고, 특징적인 성격변화와 이상행동 증상이 동반된다.

 파킨슨병치매 환자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보이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의 결여로 인한 심한 단기기억장애보다는 저장된 정보에 접근하고 인출하는 능력의 장애를 주로 보인다. 파킨슨병치매 환자는 외부에서 단서가 주어지는 경우에는 수행을 잘 하지만, 스스로 단서를 찾아내어야 하는 경우에는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시공간능력장애는 파킨슨병치매 환자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비슷한 정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비해서 그 정도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감각 능력과 시각 재인 항목을 제외한 시공간분석과 방향감각을 보는 검사 항목에서 심한 장애가 관찰된다.

 언어능력과 행동능력(praxis)과 같은 도구적 기능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비해 파킨슨병치매 환자에서 비교적 보존되어 있다. 파킨슨병치매 환자에서 다양한 이상행동 및 심리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증상이 성격변화와 우울증인데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더 흔하게 나타난다. 그 외에 중요한 증상으로 환시(visual hallucination)를 들 수 있으며 파킨슨병치매 환자의 약 70%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파킨슨병치매 환자에서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데, 다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도파민성 결핍은 집행기능장애와 주로 연관이 있고, 콜린성 결핍은 기억력과 주의집중력 그리고 전두엽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고, 노르아드레날린성(noradrenergic) 결핍과 세로토닌성(serotoninergic) 결핍은 주의집중장애와 우울증과 각각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파킨슨병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 중 도파민 결핍이 가장 중요한 신경화학적 장애이다. 여러 가지 운동증상과 함께 인지기능에도 흑색질줄무늬체 도파민성 경로(nigrostriatal dopaminergic pathway)의 병변이 주로 작용하여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운동증상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인지기능장애에 대한 도파민성 약물의 반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파킨슨병 환자에서 인지기능장애와 치매가 나타나는 것은 뇌피질 특히 전두엽의 콜린성 활성도 저하와 메이너트 기저핵(basal nucleus of Maynert)의 신경세포 소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콜린 결핍과 신경세포 소실의 정도는 인지기능장애 정도와 치매존재 유무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진단 및 치료
 파킨슨병치매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의 발생 양상과 진행과정, 그리고 시간에 따른 인지 및 행동증상의 변화 등을 포함하는 자세한 병력과 함께 집행기능에 민감한 검사 항목이 포함된 신경심리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감별 진단에는 우울증과 전신성 혹은 대사성 질환에 의한 급성 혼동상태, 그리고 약물 부작용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고, 추체외로성 특징을 동반하는 원발성 퇴행성 치매와 이차적인 원인을 가지는 질환들이 포함된다.

 파킨슨병치매와 가장 감별이 어렵고 항상 고려해야 할 질환이 루이체치매다. 루이체치매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파킨슨증상에 선행해서 치매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흔하지만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이 선행하는 경우 루이체치매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이 시작된 후 12개월 이내에 치매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파킨슨병치매에서는 대개 운동증상이 나타나고 수 년이 경과한 후에 인지저하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킨슨병치매에서 인지기능의 호전을 위한 레보도파 투여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여러 연구에서 보고하고 있다. 각성과 감정에 대한 긍적적인 작용과 더불어 도파민성 신경전달에 의한 정보처리 과정과 작업기억 등에서 일부 유용한 효과를 보일 뿐 궁극적인 인지기능저하를 지연시킬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킨슨병에서 치매의 발현이 콜린성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에 의한다는 중요한 단서가 발견되자 콜린분해효소억제제를 치료제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고, rivastigmine과 donepezil 등을 이용한 약물시험 연구에서 파킨슨병치매 환자의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환시, 수면장애 및 부양자 부담이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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