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4일 일요일

국민일보 오늘자 201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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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곧 결승선 통과하겠죠”
입력 2015-01-05 00:07




“파킨슨병입니다.” 만으로 마흔 일곱에 의사로부터 예상치 않은 이 한마디를 듣던 날, 파킨슨병에 대해 손톱만큼도 아는 바가 없던 나는 그냥 덤덤했습니다. 그러나 발병 후 8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날을 기준으로 인생을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파킨슨병에 맞춰서 모든 생활방식을 바꿔야만 했습니다. 물론 시간을 아껴 산책이나 등산을 시작한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발병 후 만 5년간의 신혼기간(약물의 효과가 좋은 기간)이 지나가면서 약물을 복용해도 효과가 늦게 나타나거나 축적된 약물 농도가 높아져서 이상운동증상을 보이고부터는 정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우울증상에 시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소리와 움직임이 느려지고 손발을 떨며, 허리도 구부러지는 것을 노화라고 본다면 파킨슨병은 60대 이상에선 간과되기 쉽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일 수도 있는 많은 60∼80대가 대표적인 파킨슨병 증상(서동, 진전, 경직)을 노화현상으로 치부하고 전문의에게 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60대 이상 인구의 1%를 파킨슨병 환자로 추정할 만큼 이 병은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대표적인 노인성 뇌신경질환입니다.

그런데 50대에 진단을 받았든, 60대에 받았든, 또 드물긴 하지만 30대에 받았든지 간에 파킨슨병은 이미 우리의 몸속에 오래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파킨슨병은 우리가 팔을 떨고 균형을 못 잡고 잘 걷지 못하기 수년 전에 이미 우리의 후각을 약화시켰고 도파민을 만들어 내던 세포는 이미 80%가 사라진 후인 것입니다. 그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다가 다리가 끌리고 걸을 때 팔이 흔들리지 않는 등 불편함을 깨달은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파킨슨병이라 부릅니다. 이미 오래전 시작되었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파킨슨병이라고 진단 받은 날은 마치 우리가 인생이란 마라톤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눈앞의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반환점이 있는 걸 보고서 깜짝 놀라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놀라고 당황하는 정도는 발병 연령에 따라서, 건강에 대한 자신감에 따라서 개인차가 있겠지요.

우리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파킨슨병 환자로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운동이 파킨슨병의 진행을 더디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뇌심부 자극술이란 수술치료법도 있습니다. PD 백신도 개발 중이고요. 아는 것이 힘입니다. 왜냐면 미래에 어떤 치료제가 개발된다 한들 자신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진단 받은 날은 우리 인생에서 최악의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때까지 몰랐던 파킨슨병을 인식하고 떼어 내려고 노력을 시작한 매우 의미 깊은 날이기도 한 것입니다.

1817년 처음 증상을 기록했던 닥터 제임스 파킨슨의 이름을 따서 불리어진 파킨슨병. 약 150년이 지나 1960년대에 레보도파제가 개발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더니 치료제 개발 또한 일찍이 반환점을 지나 결승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모두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유입니다.

최진경 <대한파킨슨병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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