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8일 토요일

[도서]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저/갤리온)



아.... 그녀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했구나.
그래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유머로 넘겨야지.
배달되어 오자마자 단숨에 읽어 버린 혜남님의 책.

'혜남'이란 이름에서 느껴지는 동시대 여성들을 억압했던 남아선호....
그의 병원에 와서 원장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는 할머니 환자와 오버랩 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면 그만이지만 계속 자주 봐야만 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럴 땐 좀 고민이 생긴다. 적당한 때를 만들어서 내가 환자라는 걸 알려 줘야 하니까. 낯선 사람들에게 동정받고 싶지는 않지만, 꼭 도움을 요청해야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알려둘 사람은 편한 방식으로 알려두는 게 좋다는 말이다.

재작년 부산에 우리협회모임에서 내가 오프(약기운이 급작히 떨어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됨)가 오니까 너나할 것 없이 회원들께서 팔다리를 주물러 주셨다. 서로 너무나 사정을 훤히 알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엔 임상시험에 참여중 화장실에 갔는데 온도차이가 컸는지 도저히 다시 방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화장실 한 구석에 마침 뒤집어 놓은 프라스틱 쓰레기통에 겨우 걸터 앉았다. 다행히(?) 이 화장실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쓸쓸한(?) 화장실에 우두머니 앉아 있다면 덜 챙피하긴 하겠지만 가방도 외투도 방에 두고온 나로서는 정말 다행이었다. 꼬마들이 몇 지나가고 젊은 여성이 볼 일 보고 나오는 것을 보고 부탁했다.
"저 .... 저는 파킨슨 환잡니다. 지금 약기운이 잘 돌 잘 돌지를 않아서 다리 움직임이 둔한데요. 조금 도와주시면 저 방까지만요. 고맙겠어요."
"아 네 그러세요. 손을 잡아드리면 될까요?"
"예, 고맙습니다."

재작년 느닷없이 길에서 첫 오프를 경험했던 일이 떠 오른다. 당황했던 난 패스트 푸드점에 들어가 아니 척하고 앚아 있기를 한 시간여. 일어나서 나가려 시도하면 모두 내 다리만 볼 것같았다. 사실 아무도 나에게 관심도 없는데 나 혼자 전전긍긍했었다. 그때까지도 난 식후에 약을 복용해왔었지만 이젠 철저히 식간에 약을 취한다.

아니 책 이야기를 하려다가 내 애기만 잔뜩하고 말았네. 아마 솔직한 그의 이야기를 읽어서 나도 한마디 해 보려던 것이리라. 여러분 직접 읽어 보세요.
[도서]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저/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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