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0일 월요일

파킨슨병 역경을 이겨낸 수필집 '1952년생 영희'


<  '엽기 장모' > p14

'어버이 날이다. 둘째 사위가 용돈을 줬다. 방에 들어와 몰래 세어보니 29만원이었다. "야, 만원 덜온것 같다. 29만원이네" 민망.. 놀람... 하기야 웬만해선 안놀란다. "잘 센다고 했는데," 하며 만원을 더 주기에 냉큼 받았다. (..중략..) 미국 사는 큰 사위가 한국으로 출장을 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어머니, 저 그럼 갈게요"하며 나가려는 사위의 뒤통수에 대고 "야, 너 나한테 줄거 뭐 빠뜨리지 않았니? 가다가 도로 오지 말고..." 했더니 사위는 "아참" 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잊고 갈뻔 했네요"하고 봉투를 내민다. 사위들과의 이런 일은 다반사다. 그래서 우리 사위들이 날 엽기장모라 부른다. 나는 날 엽기장모라고 부르는 사위들이 이쁘고 고맙다'

사위를 백년손님으로 어렵게 대하는 보편적 장모와는 크게 다르다. 거동 불편한 파킨슨병 환자의 몸이지만 생각만큼은 자신있고 정직하며 솔직하다.

< '늦가을인 나' > p 213

'한강이 보인다. 올림픽대교를 오가는 차들도 누구인가의 사연을 안고 남으로 북으로 교차해 가며 달린다. 다리 밑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의 물결은 그 여유로움으로 말하는 것 같다. '그래, 그리 바쁜척 하지만 다 허상이다. 천천히 가라. 바삐 뛴다고 안될 것이 꼭 되는 것 만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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